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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스퍼(CRISPR) 유전자 편집의 혁명 — 인류의 미래를 바꿀 기술 유전자를 가위로 자른다? CRISPR의 등장2012년, 생명과학계에 전례 없는 충격파가 몰아쳤습니다. 제니퍼 다우드나(Jennifer Doudna)와 에마뉘엘 샤르팡티에(Emmanuelle Charpentier)가 세균의 면역 시스템에서 유래한 'CRISPR-Cas9'이라는 유전자 편집 도구를 발표했고, 이 기술은 순식간에 전 세계 생명과학 연구실의 판도를 바꾸었습니다. CRISPR(Clustered Regularly Interspaced Short Palindromic Repeats)는 DNA의 특정 서열을 정밀하게 찾아가 잘라내거나 수정할 수 있는 혁신적인 도구입니다. 마치 컴퓨터에서 텍스트를 '찾아 바꾸기'하듯, 수십억 개의 염기쌍으로 이루어진 게놈 속에서 원하는 서열만 정확히 편집할 수 있다는 것..
DNA 이중나선의 비밀 — 생명의 설계도를 읽다 생명의 언어, DNA란 무엇인가우리 몸을 구성하는 약 37조 개의 세포 하나하나에는 놀라운 비밀이 숨어 있습니다. 바로 DNA(Deoxyribonucleic Acid), 즉 디옥시리보핵산이라 불리는 분자입니다. DNA는 생명체의 모든 유전 정보를 담고 있는 일종의 '생명의 설계도'로, 우리가 어떤 눈 색깔을 가질지, 얼마나 클지, 어떤 질병에 취약한지까지 결정하는 정보가 이 작은 분자 안에 모두 들어 있습니다. DNA라는 단어를 들으면 과학 교과서가 먼저 떠오르지만, 사실 DNA는 살아 있는 모든 생명체의 핵심이자, 현대 의학과 생명공학의 출발점이기도 합니다. 필자가 처음 DNA의 구조를 배웠을 때, 그 정교함에 감탄을 금치 못했던 기억이 납니다. 눈에 보이지 않을 만큼 작은 분자 하나가 이렇게 방대한 ..
리튬이온 배터리는 어떻게 작동할까? 전기차 시대를 여는 핵심 화학 주머니 속 작은 화학 공장, 배터리스마트폰을 하루 종일 사용하고, 전기차로 수백 킬로미터를 달리게 해주는 리튬이온 배터리. 우리는 매일 이 기술의 덕을 보며 살고 있지만, 정작 그 안에서 어떤 일이 벌어지는지 아는 사람은 많지 않습니다. 처음 스마트폰 배터리가 하루도 못 버티기 시작했을 때, 혹은 전기차가 예상보다 빨리 충전량이 줄어드는 걸 경험하셨다면, 배터리 안의 화학 반응에 대해 한 번쯤 궁금증을 가져보셨을 것입니다. 1991년 소니가 최초로 상용화한 리튬이온 배터리는 이후 30년 넘게 전자기기와 전기차 시대를 열어온 핵심 기술입니다. 이 기술을 개발한 존 굿이너프, 스탠리 위팅엄, 아키라 요시노는 2019년 노벨 화학상을 수상했습니다. 도대체 리튬이온 배터리 속에서는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을까요?..
빅뱅 이론: 우주의 탄생부터 현재까지, 138억 년의 대서사시 우주는 어떻게 시작되었는가: 빅뱅 이론의 탄생과 역사인류가 오랫동안 품어온 가장 근본적인 질문 중 하나는 "우주는 어디서 왔는가?"다. 20세기 이전까지 대부분의 과학자들은 우주가 영원히 존재해왔다는 '정상 우주론'을 믿었다. 그러나 1927년 벨기에의 천문학자이자 가톨릭 신부인 조르주 르메트르(Georges Lemaître)는 우주가 팽창하고 있다면, 시간을 거꾸로 돌리면 우주는 하나의 점으로 수렴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이를 '태초의 원자(Primeval Atom)' 이론이라 불렀다. 초기에 이 주장은 터무니없다는 비웃음을 받았다. 빅뱅(Big Bang)이라는 이름 자체도 비판자였던 영국의 천문학자 프레드 호일(Fred Hoyle)이 라디오 방송에서 조롱하듯 붙인 것이었는데, 이 별명이 오히려 널..
중력파: 아인슈타인의 예언, 100년 만에 인류가 포착한 시공간의 떨림 시공간의 파동: 중력파란 무엇인가2015년 9월 14일, 인류 역사상 전례 없는 일이 일어났다. 미국의 레이저 간섭계 중력파 관측소(LIGO)가 13억 광년 떨어진 곳에서 두 개의 블랙홀이 충돌하며 발생한 중력파(Gravitational Wave)를 처음으로 직접 포착한 것이다. 이 신호(GW150914)가 지구에 도달했을 때, 시공간은 양성자 크기의 1000분의 1보다도 작은 정도로 미세하게 흔들렸다. 그리고 과학자들은 이 믿기 어려울 정도로 작은 떨림을 실제로 측정해냈다. 아인슈타인이 1916년 일반상대성이론에서 예측한 중력파가 100년 만에 실험적으로 검증된 순간이었다. 필자는 이 소식을 접했을 때 눈가가 촉촉해졌던 기억이 있다. 한 사람의 위대한 이론이 100년의 세월을 넘어 증명되는 장면은 과학..
암흑물질과 암흑에너지: 우주의 95%를 차지하는 보이지 않는 존재 우주의 대부분은 우리가 모르는 무언가로 채워져 있다우리가 눈으로 볼 수 있고 기술로 탐지할 수 있는 모든 물질, 즉 별, 행성, 가스, 먼지 등을 합해도 전체 우주의 고작 5%에 불과하다는 사실을 알고 있는가? 나머지 95%는 암흑물질(Dark Matter, 약 27%)과 암흑에너지(Dark Energy, 약 68%)라 불리는, 우리가 아직 정체를 정확히 모르는 존재들로 채워져 있다. 이 사실을 처음 접했을 때 필자는 한동안 멍하니 앉아 있었던 기억이 난다. 우리가 우주에 대해 안다고 생각했던 것들이 전체의 겨우 5%에 대한 이야기였다니. 인류는 원자를 발견하고, DNA를 해독하고, 양자역학을 만들어냈지만, 정작 우주를 채우는 주요 구성 요소가 무엇인지 아직 모른다. 이것이 현대 우주론이 직면한 가장 크..
양자역학의 세계: 미시세계를 지배하는 이상한 법칙들 양자역학이란 무엇인가: 상식을 뒤집는 물리학의 혁명20세기 초, 물리학자들은 당황스러운 현실에 직면했다. 뉴턴 역학으로 완벽하게 설명되던 세상이 원자 이하의 세계에서는 전혀 다른 법칙으로 움직이고 있었던 것이다. 이 미시세계의 이상한 법칙들을 체계화한 것이 바로 양자역학(Quantum Mechanics)이다. 1900년 막스 플랑크(Max Planck)가 에너지가 연속적이지 않고 불연속적인 덩어리(양자, Quantum)로 주고받는다는 개념을 도입한 것이 양자역학의 출발점이었다. 이후 닐스 보어, 베르너 하이젠베르크, 에르빈 슈뢰딩거, 폴 디랙 등 수많은 천재들이 이 체계를 완성시켜 나갔다. 필자가 처음 양자역학을 공부했을 때 가장 충격을 받았던 것은 "전자는 관측하기 전까지 여러 위치에 동시에 존재한다"..
블랙홀의 비밀: 우주에서 가장 극단적인 천체의 모든 것 블랙홀이란 무엇인가? 시간과 공간을 삼키는 우주의 괴물우주를 떠올릴 때 가장 먼저 머릿속에 떠오르는 존재가 있다면, 단연 블랙홀일 것이다. 블랙홀(Black Hole)은 중력이 너무 강해서 빛조차도 빠져나올 수 없는 천체로, 아인슈타인의 일반상대성이론이 예측한 가장 극단적인 결과물 중 하나다. 처음 이 개념을 접했을 때 필자는 도저히 믿기지 않았다. 빛이 갇힌다니? 그게 가능한 일인가? 하지만 현대 천문학은 블랙홀이 단순한 이론적 상상이 아닌 실재하는 천체임을 거듭 증명해왔다. 2019년 인류 최초로 블랙홀의 실제 이미지가 사건지평선망원경(Event Horizon Telescope, EHT) 프로젝트를 통해 공개되었을 때, 전 세계는 경이로움에 숨을 죽였다. M87 은하 중심에 위치한 약 65억 태양 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