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류 전체보기 (105)

보이지 않는 것이 우주를 지배한다? 우주를 이루는 것 중에서 우리가 직접 볼 수 있는 물질, 즉 별과 행성과 가스가 차지하는 비율이 얼마나 될까? 놀랍게도 고작 5%다. 나머지 95%는 암흑에너지와 암흑물질이라는, 정체를 알 수 없는 존재들이 채우고 있다. 그 중 암흑물질 우주 미스터리는 약 27%를 차지한다고 추정된다. 빛을 내지 않고, 빛을 반사하지도 않으며, 오직 중력을 통해서만 존재를 드러내는 이것은 과연 무엇일까? 나는 이 질문이 현대 물리학과 천문학에서 가장 매혹적이면서도 가장 답답한 미스터리라고 생각한다. 100년 가까이 연구했지만 아직 정체를 모른다는 사실이 충격적이면서도 과학의 솔직함을 보여주는 것 같기도 하다.암흑물질의 존재를 암시하는 증거들암흑물질 우주 미스터리의 출발은 1930년대 스위스 천문학자 프리츠 츠비키의 관측..
인류가 환경 문제를 실제로 해결한 적이 있을까? 요즘 환경 뉴스를 보면 기후변화, 미세플라스틱, 생물 다양성 감소 같은 어두운 이야기가 넘쳐난다. 그래서인지 '인류가 환경 문제를 해결한 사례가 있느냐'는 질문에 선뜻 긍정적인 대답을 하기 어렵다. 하지만 나는 오존층 회복 환경 보호의 역사에서 그 드문 성공 사례를 찾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오존층 문제는 과학자들이 위협을 발견하고, 국제사회가 협력해 규제를 시행하고, 그 결과로 실제로 회복이 일어나고 있는 거의 유일한 환경 성공 스토리다. 이 이야기는 지금의 기후 위기를 다루는 방식에도 중요한 교훈을 준다.오존층이란 무엇이고 왜 중요한가오존(O₃)은 산소 원자 세 개로 이루어진 기체로, 지상에서는 광화학 스모그의 원인물질이지만 성층권(지상 15~35km 고도)에서는 생명의 방패 역할을 한다. 성층권 오..
약이 듣지 않는 세상이 온다면? 감기에 걸려 항생제를 처방받고 며칠 만에 회복된 경험이 있는가? 혹은 수술 전에 감염 예방을 위해 항생제를 투여받은 적이 있는가? 우리는 항생제를 당연한 것처럼 여기지만, 사실 항생제가 등장한 것은 채 100년이 되지 않는다. 그리고 지금, 그 항생제가 점점 듣지 않는 세상이 현실로 다가오고 있다. 항생제 내성 슈퍼버그 문제는 과학계와 의료계가 21세기 최대 위협 중 하나로 꼽는 심각한 사안이다. 나는 이 문제를 처음 제대로 알았을 때 솔직히 두려움을 느꼈다. 단순한 감염으로 죽을 수 있던 과거로 되돌아가는 것처럼 보였기 때문이다.항생제 내성은 어떻게 생겨나는가항생제 내성은 진화의 산물이다. 항생제를 투여하면 대부분의 세균은 죽지만, 우연히 내성 유전자를 가진 소수의 세균이 살아남는다. 이 세균들이 빠르..
우리는 왜 '합리적'이라고 착각하는가? 사람들은 대체로 자신이 꽤 이성적으로 판단한다고 믿는다. 나 역시 그랬다. 그런데 신경과학과 심리학 연구를 조금씩 접하다 보니 그게 얼마나 큰 착각인지를 점점 실감하게 됐다. 인지 편향 뇌 심리 연구에 따르면, 인간의 판단과 결정은 우리가 의식하지 못하는 수많은 왜곡에 노출되어 있다. 광고 하나에 마음이 바뀌고, 처음 들은 숫자에 기준이 묶이고, 내가 믿고 싶은 것만 믿는다. 이 모든 현상의 뒤에는 진화의 흔적과 뇌의 처리 방식이 있다. 왜 우리 뇌는 이토록 체계적으로 실수를 반복하는 것일까?뇌의 두 가지 사고 시스템심리학자 다니엘 카너먼은 인간의 사고를 시스템 1과 시스템 2로 구분했다. 시스템 1은 빠르고 자동적이며 직관적인 사고로, 의식적 노력 없이 순식간에 작동한다. 시스템 2는 느리고 의식적인 ..
땅 속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을까? 어느 날 갑자기 산이 불을 뿜는다. 화산 폭발은 영화 속 장면처럼 보이지만, 실제로 지구는 지금 이 순간에도 수십 개의 활화산이 활동 중이다. 나는 처음 화산 폭발 영상을 봤을 때 그저 경이롭다고 생각했는데, 나중에 지구과학을 접하면서 그 장엄한 광경 뒤에 얼마나 복잡한 물리·화학적 과정이 숨어 있는지를 깨닫고 진심으로 놀랐다. 지구는 겉으로는 단단해 보이지만, 그 내부는 우리가 상상하기 힘든 열과 압력으로 가득 찬 세계다. 화산 폭발 마그마의 생성에서부터 분출까지, 그 과정을 하나씩 따라가 보면 지구가 살아있는 행성이라는 사실을 온몸으로 실감하게 된다.마그마는 어떻게 만들어지는가화산 폭발 마그마의 출발점은 지구 내부에 있다. 지구는 지각, 맨틀, 외핵, 내핵으로 이루어져 있으며, 그 중 맨틀은 암석질이..
바다가 조용히 변하고 있다 해양 산성화의 경고기후변화 하면 대부분 기온 상승과 빙하 녹는 것을 떠올린다. 하지만 그 이면에서 바다가 조용히, 그리고 심각하게 변하고 있다. 인간이 방출하는 이산화탄소의 약 25~30%를 바다가 흡수한다. 이 과정에서 이산화탄소는 바닷물에 녹아 탄산(H₂CO₃)을 형성하고, 수소 이온 농도가 높아지면서 pH가 낮아진다. 즉 바다가 점점 산성화되는 것이다. 해양 산성화는 기후변화의 또 다른 얼굴이며, 산호초와 패류를 필두로 해양 생태계 전체에 연쇄적인 충격을 주고 있다. 나는 이 주제를 처음 알게 됐을 때, 탄소가 이렇게 간접적인 방식으로도 생태계를 무너뜨릴 수 있다는 사실에 서늘함을 느꼈다.바닷물이 산성화되는 원리 — 탄소와 물의 화학산업혁명 이전, 바다의 평균 pH는 약 8.2였다. 현재는 약 8...
남의 장기를 내 몸에 생명을 잇는 과학의 최전선매년 전 세계적으로 수십만 건의 장기 이식이 이루어진다. 신장, 간, 심장, 폐, 각막까지. 불과 100년 전만 해도 공상과학 소설의 이야기였을 일들이 현실이 됐다. 하지만 장기 이식이 성공하기까지 극복해야 했던 가장 큰 난관은 기술적인 문제가 아니었다. 바로 우리 몸의 면역 시스템이었다. 몸은 놀랍도록 정교한 '자기(self)와 비자기(non-self)'의 구별 능력을 갖고 있고, 낯선 장기를 침입자로 간주해 공격한다. 이 거부 반응을 이해하고 제어하는 과정이 현대 이식 의학의 핵심이다. 이 주제를 처음 접했을 때 나는 인체의 정교함과 그것을 극복하는 의학의 창의성 모두에 깊은 인상을 받았다.면역 시스템의 자기 인식 — MHC와 거부의 원리우리 몸의 모든 세포 표면에는 MHC(..
왜 우리는 계속 스크롤을 멈추지 못하는가 소셜 미디어 피드를 끝없이 내리고, 좋아요 알림이 올 때마다 폰을 집어 들고, 새로운 보상이 등장하면 손이 저절로 움직인다. 이 반응의 배후에는 도파민이라는 신경전달물질이 있다. 도파민은 흔히 '쾌락 물질'로 불리지만, 실제로는 그것보다 훨씬 복잡하고 정교한 역할을 한다. 보상 시스템의 핵심 작동자로서 우리가 무엇을 원하고, 무엇을 위해 행동하며, 어떻게 습관을 형성하는지를 근본적으로 지배한다. 나는 이 주제를 처음 깊게 파고들면서, 의지력이라고 믿었던 것들이 사실은 뇌 회로의 작용이었다는 사실에 묘한 해방감과 당혹감을 동시에 느꼈다.도파민의 정체 — 쾌락이 아닌 '예측'의 신경과학도파민은 뇌의 복측피개 영역(VTA)에서 주로 생성되어 측핵(nucleus accumbens), 전전두엽 등으로 전달되는 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