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이 듣지 않는 세상이 온다면?

감기에 걸려 항생제를 처방받고 며칠 만에 회복된 경험이 있는가? 혹은 수술 전에 감염 예방을 위해 항생제를 투여받은 적이 있는가? 우리는 항생제를 당연한 것처럼 여기지만, 사실 항생제가 등장한 것은 채 100년이 되지 않는다. 그리고 지금, 그 항생제가 점점 듣지 않는 세상이 현실로 다가오고 있다. 항생제 내성 슈퍼버그 문제는 과학계와 의료계가 21세기 최대 위협 중 하나로 꼽는 심각한 사안이다. 나는 이 문제를 처음 제대로 알았을 때 솔직히 두려움을 느꼈다. 단순한 감염으로 죽을 수 있던 과거로 되돌아가는 것처럼 보였기 때문이다.

항생제 내성은 어떻게 생겨나는가

항생제 내성은 진화의 산물이다. 항생제를 투여하면 대부분의 세균은 죽지만, 우연히 내성 유전자를 가진 소수의 세균이 살아남는다. 이 세균들이 빠르게 번식하면서 내성을 가진 집단으로 대체된다. 이것은 자연선택(Natural Selection)이 작동하는 교과서적인 사례다.

문제를 더 복잡하게 만드는 것은 세균들이 유전자를 서로 직접 주고받는 수평적 유전자 전달을 할 수 있다는 점이다. 어떤 세균이 내성 유전자를 획득하면 이를 전혀 다른 종의 세균에게 넘겨줄 수 있다. 이 덕분에 내성은 생각보다 훨씬 빠르게 퍼진다. 항생제 내성 슈퍼버그가 병원 내에서 급속히 확산되는 이유 중 하나가 이것이다.

인간의 부적절한 항생제 사용이 이 과정을 가속화하고 있다. 필요하지 않은 상황에서 항생제를 복용하거나, 처방받은 양을 다 먹지 않고 증상이 나아지면 멈추는 행동이 내성균 증식에 유리한 환경을 만든다. 나도 예전에 '다 나은 것 같으니까' 하고 항생제를 중간에 끊은 적이 있었는데, 이것이 얼마나 위험한 습관인지를 나중에야 깨달았다.

슈퍼버그의 현실 — 지금도 사람이 죽고 있다

항생제 내성 슈퍼버그는 추상적인 미래의 위협이 아니다. WHO(세계보건기구)에 따르면, 현재 매년 전 세계에서 약 127만 명이 항생제 내성 감염으로 직접 사망하며, 내성균이 원인에 기여한 사망자를 포함하면 500만 명에 달한다는 추산도 있다. 이 수치는 HIV/AIDS나 말라리아로 인한 사망자 수를 상회한다.

특히 위험한 균주들이 있다. MRSA(메티실린 내성 황색포도상구균)는 일반 항생제로는 치료가 안 되며, 병원 환경에서 자주 발견된다. CRE(카바페넴 내성 장내세균)는 최후의 항생제라 불리는 카바페넴에도 내성을 보이는 무시무시한 균이다. NDM(뉴델리 메탈로-베타-락타마제) 생성균은 거의 모든 항생제에 내성을 갖는 경우가 있어 치료가 사실상 불가능한 감염을 일으킨다.

항생제 내성 슈퍼버그 문제에서 간과하기 쉬운 측면은 의료 전반에 미치는 영향이다. 항생제가 없다면 암 환자의 항암 치료, 장기이식 수술, 제왕절개 같은 의료 행위 자체가 감염 위험으로 인해 불가능해진다. 즉 항생제 내성은 단순한 감염병 문제가 아니라 현대 의학 전체를 위협하는 문제다.

해결책을 찾아서 — 신약 개발과 대안적 접근

새로운 항생제 개발이 가장 직접적인 해결책처럼 보이지만, 현실은 녹록지 않다. 신약 개발에는 막대한 비용과 10년 이상의 시간이 필요한데, 내성균은 새 약이 나오기도 전에 내성을 갖출 수 있다. 게다가 항생제는 다른 약물에 비해 수익성이 낮아 제약회사들이 투자를 꺼린다. 이 구조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각국 정부와 국제기구가 인센티브 제도를 마련 중이다.

대안으로 주목받는 기술들이 있다. 박테리오파지 치료는 세균만 공격하는 바이러스(파지)를 이용하는 방법으로, 내성균에도 효과를 낼 수 있어 기대가 크다. 항균 펩타이드는 자연에서 유래한 항균 물질로, 내성이 생기기 어려운 구조적 특성이 있다. CRISPR 기반 치료는 세균의 내성 유전자를 직접 편집하거나 제거하는 방향으로 연구가 진행되고 있다. 아직은 초기 단계이지만, 이 기술들이 성숙하면 항생제 내성 슈퍼버그와의 싸움에서 새로운 무기가 될 수 있다고 나는 기대한다.

 

항생제 내성은 과학자들만의 문제가 아니다. 처방받은 항생제를 끝까지 복용하고, 불필요한 처방을 요구하지 않고, 손을 자주 씻는 것처럼 개인의 작은 행동이 모여 내성균의 확산 속도를 늦출 수 있다. 축산업에서의 항생제 남용 규제도 반드시 필요하다. 항생제 내성 슈퍼버그와의 싸움은 긴 싸움이 될 것이다. 하지만 우리가 지금 어떻게 행동하느냐에 따라 그 결말이 달라질 것임을 잊지 말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