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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라스틱은 어떻게 세상을 바꾸었는가
지금 주변을 한번 둘러보자. 컵, 의자, 포장지, 스마트폰 케이스, 심지어 옷까지. 대부분이 플라스틱으로 만들어졌거나 플라스틱 성분을 포함하고 있다. 플라스틱이 처음 등장했을 때 인류는 환호했다. 저렴하고 가볍고 원하는 모양으로 성형할 수 있는 '기적의 물질'이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그 기적의 뒷면에는 어떤 화학이 숨어있을까? 고분자 화학은 단순한 분자들이 어떻게 거대한 구조를 이루고, 그 구조가 어떻게 물질의 성질을 결정하는지를 설명하는 학문이다. 나는 이 분야를 공부하면서, 작은 분자 하나의 구조 변화가 소재의 물성을 완전히 바꾸어놓는 장면이 특히 인상적이었다.고분자란 무엇인가 — 반복이 만드는 거대 구조고분자(polymer)는 그리스어로 '많다'를 뜻하는 'poly'와 '단위'를 뜻하는 'meros..
빛이 전부가 아니다
우리가 모르는 전자기파의 세계우리가 매일 사용하는 스마트폰, 전자레인지, 병원의 X선 촬영기, 그리고 리모컨까지. 이 모든 장치들이 사실 같은 원리로 작동한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는가? 바로 전자기파다. 인간의 눈에 보이는 가시광선은 전자기파 스펙트럼 전체에서 극히 좁은 영역에 불과하다. 나는 처음 이 사실을 접했을 때 꽤 충격을 받았다. 세상에는 우리가 보지 못하는 방대한 '빛'이 가득하고, 우리는 그것을 이미 생활 속에서 적극 활용하고 있었던 것이다.전자기파란 무엇인가 — 빛과 파동의 본질전자기파는 전기장과 자기장이 서로를 유도하며 공간 속을 나아가는 파동이다. 매질이 없어도 진행할 수 있다는 점에서 소리와 근본적으로 다르다. 진공 속에서도 빛의 속도(약 30만 km/s)로 달리는 전자기파는 파장과 주..
매일 밤 우리가 경험하는 또 다른 세계
밤새 추적당하는 꿈을 꾸다 식은땀을 흘리며 잠에서 깬 경험, 누구나 한 번쯤 있을 것이다. 아니면 돌아가신 분과 대화를 나누는 꿈, 날아다니는 꿈, 시험을 망치는 꿈... 꿈은 인류가 오래전부터 신비롭게 여겨온 현상이다. 고대에는 꿈이 신의 계시이거나 미래를 예언한다고 믿었다. 프로이트는 꿈이 억압된 무의식의 표현이라 했다. 그렇다면 현대 뇌과학은 꿈에 대해 무엇을 말하는가? 꿈 수면의 과학은 아직 완전히 해명되지 않은 미지의 영역이지만, 최근 신경과학과 수면 연구의 발전 덕분에 꿈의 기능과 메커니즘에 대한 흥미로운 단서들이 하나씩 밝혀지고 있다.REM 수면과 꿈: 뇌가 만드는 가상 현실수면은 크게 비REM(NREM) 수면과 REM(Rapid Eye Movement) 수면으로 나뉜다. 꿈의 대부분은 RE..
바다가 지구의 에어컨이라는 사실을 아는가
우리가 매일 경험하는 날씨와 계절은 단지 대기의 산물이 아니다. 지구 기후 시스템의 약 90%에 달하는 열에너지가 바다에 저장되어 있으며, 해류는 이 열을 극지방과 적도 사이에서 끊임없이 이동시키는 역할을 한다. 해류 순환이 없다면 적도 지방은 더욱 뜨겁게 타오르고, 극지방은 지금보다 훨씬 더 혹독하게 얼어붙을 것이다. 내가 처음 해양학 강의에서 해류 순환의 규모와 속도를 배웠을 때 받은 충격은 지금도 기억에 남는다. 적도의 따뜻한 물이 수천 킬로미터를 여행해 북유럽의 기후를 온화하게 만든다는 사실, 그리고 그 흐름이 지금 기후 변화로 인해 흔들리고 있다는 경고가 동시에 마음에 새겨졌다.해류 순환의 두 가지 원동력: 바람과 밀도해류는 크게 두 가지 메커니즘으로 만들어진다. 하나는 바람의 힘에 의한 표층 ..
물이 왜 특별한가
수소결합이라는 눈에 보이지 않는 힘물은 화학식 H₂O로 단순해 보이지만, 지구상에서 가장 특이한 성질을 가진 물질 중 하나다. 얼음이 물 위에 뜨고, 물이 높은 끓는점을 가지며, 표면 장력으로 인해 소금쟁이가 물 위를 걷는 이 모든 현상의 배후에는 하나의 화학적 힘이 있다. 바로 수소결합이다. 나는 화학을 처음 배울 때 수소결합이 단순한 분자 간 인력 중 하나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생물학, 의학, 재료과학으로 범위를 넓혀 공부할수록, 수소결합이야말로 생명 자체를 가능하게 하는 가장 근본적인 화학적 기반임을 깨달았다. 세포 속 DNA가 이중 나선 구조를 유지하는 것도, 단백질이 특정 모양으로 접히는 것도, 모두 수소결합 덕분이다.수소결합의 원리: 전기음성도의 불균형에서 비롯된 힘수소결합은 수소 원자가 전기..
우주는 왜 존재하는가 — 반물질이 사라진 미스터리
빅뱅 직후, 우주에는 물질과 반물질이 거의 같은 양으로 존재했다고 물리학자들은 믿는다. 그런데 오늘날 우리 우주는 물질로만 가득 차 있다. 반물질은 대체 어디로 사라진 것일까? 이 질문은 단순한 호기심을 넘어, 우주 자체가 왜 지금 이 모습으로 존재하는가를 묻는 근본적인 질문이다. 물질과 반물질이 만나면 서로를 소멸시키며 에너지만 남긴다. 만약 두 물질이 정확히 같은 양이었다면, 우주는 완전히 소멸하여 아무것도 남지 않았을 것이다. 우리가 존재한다는 사실 자체가 어딘가에 비대칭이 있었음을 증명한다. 이 우주적 수수께끼를 반물질 비대칭 문제, 또는 CP 위반이라고 부른다.반물질이란 무엇인가1928년 영국의 물리학자 폴 디랙은 전자의 운동 방정식을 양자역학과 특수상대성이론의 틀에서 재구성하다가, 놀라운 결론..
우리 몸속에서 매초 일어나는 기적 같은 사건
지금 이 글을 읽는 동안에도, 당신의 몸속에서는 수백만 번의 세포분열이 조용히 일어나고 있다. 피부 세포는 끊임없이 죽고 새로 태어나며, 위장 점막은 사나흘마다 전체가 교체된다. 그렇게 생각하면 우리 몸이라는 것은 고정된 구조물이 아니라, 끊임없이 스스로를 갱신하는 동적인 존재인 셈이다. 세포분열이라는 현상은 생물학 교과서 어딘가에서 배웠을 법한 내용이지만, 그 실제 과정을 들여다보면 볼수록 감탄이 절로 나온다. 단순히 하나가 둘이 되는 과정이 아니라, 수십억 개의 염기쌍으로 이루어진 DNA를 단 한 글자의 오류도 없이 복제하고 분배하는, 놀라울 만큼 정교한 생명의 메커니즘이 그 안에 있다.유사분열: 세포가 자신을 복사하는 방법우리가 흔히 배우는 세포분열은 크게 두 가지로 나뉜다. 하나는 유사분열(mit..
우리 몸 안의 군대, 면역체계는 어떻게 싸울까?
감기 바이러스 하나가 몸에 들어왔다. 수십억 개의 바이러스가 세포 안으로 침투하려 하는 그 순간, 우리 몸은 이미 경보를 울린다. 열이 오르고 콧물이 흐르는 것은 몸이 무너지는 신호가 아니라 오히려 면역체계 방어가 작동하고 있다는 증거다. 면역계는 수천만 년의 진화가 빚어낸 정교한 방어 시스템으로, 1조 개가 넘는 세포들이 협력해 외부 침입자를 식별하고 제거한다. 이 시스템이 없다면 평범한 세균 감염 하나에도 치명적 결과를 맞이할 수 있다. 놀랍게도 면역계는 자신과 남을 구별하고, 적을 기억하며, 필요할 때는 스스로의 일부를 희생하기까지 한다.1차 방어선: 선천 면역의 빠른 대응면역은 크게 선천 면역(Innate Immunity)과 후천 면역(Adaptive Immunity)으로 나뉜다. 선천 면역은 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