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가 지구의 에어컨이라는 사실을 아는가

우리가 매일 경험하는 날씨와 계절은 단지 대기의 산물이 아니다. 지구 기후 시스템의 약 90%에 달하는 열에너지가 바다에 저장되어 있으며, 해류는 이 열을 극지방과 적도 사이에서 끊임없이 이동시키는 역할을 한다. 해류 순환이 없다면 적도 지방은 더욱 뜨겁게 타오르고, 극지방은 지금보다 훨씬 더 혹독하게 얼어붙을 것이다. 내가 처음 해양학 강의에서 해류 순환의 규모와 속도를 배웠을 때 받은 충격은 지금도 기억에 남는다. 적도의 따뜻한 물이 수천 킬로미터를 여행해 북유럽의 기후를 온화하게 만든다는 사실, 그리고 그 흐름이 지금 기후 변화로 인해 흔들리고 있다는 경고가 동시에 마음에 새겨졌다.

해류 순환의 두 가지 원동력: 바람과 밀도

해류는 크게 두 가지 메커니즘으로 만들어진다. 하나는 바람의 힘에 의한 표층 해류이고, 다른 하나는 온도와 염분 차이에 의한 밀도 차로 발생하는 심층 해류다. 표층 해류는 주로 무역풍과 편서풍의 영향을 받아 거대한 환형 패턴(순환류)을 이루며 흐른다. 태평양의 북적도 해류, 구로시오 해류, 북태평양 해류 등이 이런 표층 순환의 일부다.

반면 심층 해류는 열염분 순환(thermohaline circulation)이라고도 불린다. 표층에서 증발이 많이 일어나거나 결빙 과정에서 소금이 남으면 해수의 염분이 높아지고, 차가워진 물은 밀도가 커져 심해로 가라앉는다. 이 하강류가 심층 해류를 일으키고, 지구 전체를 수천 년에 걸쳐 순환하는 거대한 '컨베이어 벨트'를 형성한다. 이 순환의 규모는 아마존 강 유량의 100배 이상에 달한다고 하니, 그 어마어마한 규모에 경탄하지 않을 수 없다.

특히 북대서양 심층수(NADW)는 대서양 열역전 순환(AMOC)의 핵심으로, 멕시코만류가 유럽까지 따뜻한 물을 운반한 뒤 차갑고 무거워져 북대서양에서 심해로 가라앉는 흐름이다. 이 시스템 덕분에 서유럽은 같은 위도의 다른 지역보다 겨울 온도가 5~10℃ 더 높다.

해류 순환과 기후 조절 메커니즘

해류 순환이 기후에 미치는 영향은 단순히 온도 분배만이 아니다. 해류는 탄소 순환에서도 핵심적인 역할을 한다. 대기 중 이산화탄소는 차가운 표층 해수에 더 잘 녹아들고, 이 물이 심해로 가라앉으면서 탄소가 수백 년 동안 심해에 저장된다. 전 세계 바다는 인간이 배출하는 이산화탄소의 약 25%를 흡수하고 있으며, 이 탄소 흡수 능력은 해류 순환의 효율성과 직결된다.

또한 해류는 영양분의 수직 혼합을 일으켜 해양 생태계의 생산성을 결정한다. 용승(upwelling) 현상이 일어나는 해역에서는 심해의 차갑고 영양분이 풍부한 물이 표층으로 올라와 식물성 플랑크톤이 폭발적으로 증식한다. 페루 해류가 흐르는 남미 서해안은 세계에서 가장 어획량이 많은 해역 중 하나로, 해류 순환이 어업과 식량 공급에도 직결됨을 보여준다.

기후 변화와 해류 순환의 위기

최근 과학자들은 기후 변화로 인한 북극 빙하의 용해가 해류 순환에 심각한 위협이 될 수 있다고 경고한다. 북극 빙하가 녹으면 차갑고 담수(淡水)인 물이 북대서양으로 대량 유입되어 해수의 밀도와 염분이 낮아진다. 이렇게 되면 물이 심해로 가라앉지 못하고, 열염분 순환의 원동력이 약해진다. 이는 유럽의 기온 저하, 아프리카·아시아 몬순 패턴 변화, 아마존 건조화 등 전 지구적 기후 교란으로 이어질 수 있다.

2021년 연구에 따르면 AMOC는 이미 지난 1,000년 중 가장 약한 상태에 있으며, 임계점(tipping point)을 넘으면 수십 년 내에 급격히 약화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해류 순환이 흔들린다는 것은 지구 기후 시스템 전체가 흔들린다는 의미다. 해류를 이해하는 것은 기후 변화 대응 전략을 세우는 데도 불가결한 과학 지식이 되었다.

 

해류 순환은 지구가 수십억 년 동안 생명이 살 수 있는 환경을 유지해온 비결 중 하나다. 적도의 열을 극지방으로 나르고, 탄소를 심해에 저장하고, 영양분을 순환시키는 이 거대한 시스템이 지금 우리 손에 의해 위협받고 있다. 바다를 보호하는 것은 단지 환경 문제가 아니라, 지구 기후 시스템 전체를 지키는 일임을 이번 기회에 다시 한 번 새기고 싶다.